페이퍼 체이스 인 경성
어머니 유서 속 주저흔躊躇痕처럼 새겨진 시대의 아픔과 진실 1942년 경성에서 ’점‘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주저흔이라고 아는가? 자살한 시신에 흔히 나타나지.칼을 긋다 마지막에 망설이는 거야.” 역사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은 이들의 이야기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 길러진 여인 혜심, 그리고 중경에서 온 아나키스트 김혁, 정의감 가득한 무도가인 야마시타 경부, 독립운동가였다가 변절해 밀정이 된 불곰, 일제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구로다 군조. 적대적 공생과 치명적 배반이 얽힌 경성역의 붉은 달 아래, 진실을 향한 페이퍼 체이스가 시작된다. “페이퍼 체이스라고 들어봤소?”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린 노사가 대답했다.“종잇조각을 떨어뜨리며 도망가는 자를 술래가 쫓는 게임 아니던가요? 조선의 숨바꼭질 같은?” 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걸 하러 온 사람이오. 떨어진 종이를 주우며 목표를 찾는 술래.” - p. 66 1942년 경성, 제국의 거대한 음모 속에 시작된 가장 위험한 구출 작전! “자취 없이 공기처럼 살아야 독립운동을 할 수 있는 거요. 무얼 기념하거나 추억에 담아두려 들면 죽고 마오. 공작원은 마음이 없어야 하고 마음이 없다는 생각조차 없어야 하오.”-p. 236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광복군 김혁은 ‘야차’라 불리는 조선인 여인을 구출하기 위해 경성에 잠입한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안내인을 찾지 못한 채 경무국 프락치 불곰과 얽히며 사건은 복잡해진다. 한편 경성에서는 전쟁 지속을 노리는 도조 내각과 종전을 추진하는 고이소 총독 사이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총감 다나카는 그 틈에서 권력을 노린다. 여기에 도조 측 밀정 구로다 군조가 개입해 ‘야차’가 총감의 수양딸 시즈코임을 밝혀내고 이를 이용해 협상파를 숙청하려 한다. 야차 케이스를 재조사하던 군조는 사건을 담당한 경무국 야마시타 경부를 코뮤니스트로 의심하고 시즈코 사건에 연루시켜 총독 일파를 몰아내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김혁과 야마시타 경부는 기묘한 신뢰를 쌓고, 군조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한편 총감 관사에서 시즈코와 마주한 김혁은 그녀가 조선인 ‘최혜심’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하지만 시즈코를 향한 왜곡된 욕망에 사로잡힌 총감은 이들을 제거하려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