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 릴케의 유일한 장편소설
1910년 발표된 릴케의 대표작으로, 덴마크 귀족 출신인 젊은 무명시인 말테가 파리에서 죽음과 불안에 떠는 영락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쓴 수기 형태를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대도시에 대한 동경심을 품고 파리로 떠났지만 화려한 도시의 외양이 숨기고 있는 불안과 소외의 냄새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도시의 압도적인 인상에 맞서며 자신의 체험을 일기로 기록해 나간다. 이 작품은 압축적인 표현과 릴케 고유의 이미지 운용법을 통해, 이후 등장할 모더니즘 이론가들의 이성 비판을 선취한 고전이다.
1902년 릴케가 파리에 첫발을 디딘 것은 「로댕 연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탓이었다. 그러나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이 대도시의 빈곤과 침체에 아연했다. 이곳에서 그는 무의미한 것, 타락과 암흑, 그리고 만연해 있는 악을 관찰하고 체험했던 것이다. 릴케는 이러한 체험과 고독한 하숙 생활을 바탕으로 『말테의 수기』를 써 내려갔다. 이 작품은 체념 의식과 개개인의 고유한 삶이나 죽음은 아랑곳없고 질보다 양이 판치는 대도시의 양상에 대한 공포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절망의 기록이다.
저자소개
1875년 체코 프라하 태생. 하사관에서 장교로 입신하는 게 꿈이었던 아버지와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소녀 취향을 갖고 있던 어머니 사이에서 일곱 살 때까지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가 1886년 아버지에 의해 육군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참담한 시련의 시기로 묘사되고 있는 이 시절에 릴케는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시들은 주로 감상적이고 미숙한 연애시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그러한 경향은 1896년 살로메와의 만남을 통해 크게 선회하게 된다. 특히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여행과 스위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얻은 깊은 정신적 영감을 바탕으로 초기시의 대표작 『기도시집』이 완성되었다.
그 밖에도 브릅스베데의 화가촌에서 하인리히 포겔러와의 만남, 1902년 파리 방문을 통한 로댕과의 만남은 『형상시집』,『말테의 수기』의 집필 동기가 되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씌어진 『신시집』은 사물시의 결정으로서 로댕과의 만남에서 얻은 조형 예술 세계 체험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스위스 체류와 제1차 세계대전의 체험, 아프리카와 에스파냐 등지의 여행은 릴케 말년의 역작인 『두이노의 비가』,『오르포이스에게 바치는 소네트』에 녹아들어 죽음으로써 삶을 완성하는 존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러시아, 아프리카, 스페인, 북구 등을 떠돌며 끊임없는 방랑 속에서 살았고, 2천 편이 넘는 시와 단편소설, 희곡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1926년 12월 자신을 찾아온 여인에게 장미꽃을 꺾어 주려다 장미 가시에 찔린 것이 화근이 되어 스위스 발몽에서 5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과 사물, 풍경과의 만남에서 그 내면을 깊이 응시하여 본질을 이끌어내고자 한 그는 폴 발레리, T.S.엘리엇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시인의 반열에 오르며 20세기 독일 현대 작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