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디즘 1
들뢰즈/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은 하이데거, 레비-스트로스, 푸코, 라캉 등을 포함한 20세기 사유가 응축되어 있는 작품이다. 들뢰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자, 가장 아끼는 책, 그리고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은 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매우 읽기 어려운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으려 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천개의 고원』은 20세기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노마디즘』은 저자 이진경이 1998년부터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에서 매년 진행했던 『천개의 고원』에 대한 강의를 기초로 가필을 한 것이다. 1998~2002년까지 4년에 이르는 강의를 녹음하고 정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다듬고 다시 썼다. 교열과 재정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은 6,000여 매의 방대한 분량. 물론 『노마디즘』이 『천개의 고원』에 관한 단순한 해설이나 주석달기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그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 그 책과 더불어 사유했던 것, 그 책을 통해 알게 된 것,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만들어낸 것을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맑스와 더불어 살아왔고, 푸코, 들뢰즈, 가타리와 함께 철학과 삶을 주고받았다. 그의 90년대는 ‘탈주의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말할 수 있는 바, 그가 제안한 ‘탈주의 철학’은 맑스주의적인 삶을 던져버린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런 삶의 일부에 속하는 것이다. 이때 쓰여진 책들이 『철학과 굴뚝청소부』, 『철학의 탈주』,『맑스주의와 근대성』등이다. 이번에 발간된 『노마디즘』은 이처럼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저작을 통해 갈 길을 모색해 온 이진경의 삶과 사유의 여정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맑스의 ‘역사유물론’, 들뢰즈/가타리의 ‘차이의 철학’ 그리고 맑스주의와 탈근대적인 사유를 종합하는 사유의 여행인 것이다.